김연재 개인전 < 과거의 이름을 한 새로운 세계 >

 

 

제5회 처음의 개인전 공모 선정작 ┃김연재 개인전 
< 과거의 이름을 한 새로운 세계 >

2021.10.1 – 10.17


참여작가 : 김연재
 : 전영진
기획 : 김성근 
주최 : 레인보우큐브 

후원 : 서울문화재단 

사진제공  : 배한솔

 

 

 

 

 

마스크 없이는 외출할 수 없게 된 최근 몇 년 이래로, 세상은 아주 자세하게 쓰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처럼 흘러갔다. 이 회화들은 2019년에 시작된 어떤 사건이 과거의 이름을 한 채 변화시킨 오늘과 내일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선 의료 전문가, 비전문가, 정치인, 종교 지도자, 유튜버들이 같은 주제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곤 했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신뢰할만한 정보들은 누구나 변형시켜 업로드할 수 있는 유동성에 의해, 의도적으로 감출 수 있는 은폐성에 의해, 그리고 그 물적 공세에 의해 해석 불가능하게 추상화된다. 작가노트_김연재

 

회화, SF라는 미지의 세계_전영진

 한국의 역사는 정치 및 사회생활에 대해 안정보다는 변화,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세력과, 변화보다는 안정, 분배와 복지보다는 성장과 경쟁, 평등보다는 자유를 강조하는 세력의 줄다리기로 기록되었다. 결과적으로 인권은 성장하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두 집단이 모두 기득권화 되어가는 사이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그 차이는 크지 않고, 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트랙 주변에 가득했던 예전과는 달리, 각자가 가진 출발선의 차이가 같은 차이의 결승선으로 이어지는 불평등의 심화는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평등’과 ‘공정’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발달시키게 하였다. 그러나 이 감각은 비단 부wealth로 나누어지는 계층의 차이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에 대한 관심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한편 긍정적이다. 우리 사회가 ‘일반적인’ 사람의 기준으로 무척 빠르게 변화한 사회인만큼, 사회가 멋대로 규정한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연재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SF 는 현실의 부당함을 느낀 (소설을 쓴) 작가가 젠더, 인종, 장애, 이방인,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부재하는 대안적 세계를 실현하는 장이며, 이 낯섦과 비유를 통해 독자/관객이 현실의 편견을 인식하는 공간이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OO 중심주의’적인 시각을 허물어뜨리는 것이 SF의 가장 근본적인 힘이며, 그래서 SF는 장르 내부에 언제나 체제 전복적 가능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SF¹는 익숙하지 않은 생명체 또는 미래 혹은 지구 밖에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여 개별 존재보다는 환경으로 얽히게 된 서로 다른 집단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또한 현재의 인간은 미지의 힘으로부터 모두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도 모두 평등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로 인하여 인간, 지구 중심적 세계관을 깨부수고 비非지구적 세계관을 자연스레 받아들임으로써 부조리와 불합리로 점철된 현재의 규범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확장시킨다.

 작가는 SF 포스트 아포칼립스² 장르와 판데믹, 인포데믹³ 의 중심에 있는 현재의 공통점을 SF의 문법을 통해 상상하고 표현한다. 과거에 기반하지만 낯설게 느껴질 미래, 혹은 미래로 가는 현재의 카오스에 대해 SF 장르에서 표현되는 ‘세계 종말’ 이후와 ‘판데믹’ 이후의 우리의 공통된 삶을 익숙하지만 낯선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치환한다. 먼저 [오픈데이터 판데믹] 시리즈는 정보들이 이동 과정을 거치며 실제의 메시지를 잃고 추상화되는 과정을 실제 화면 속 이미지가 추상화되는 것으로 대체하는데, 콜라주로 덧붙여진 선명한 이미지에서부터 래커lacca로 희뿌옇게 뿌려진 이미지의 차이는 공개되거나 은폐되는 정보의 차이와 그 속에서 정보를 선점하는 것과 소외되는 것의 차이를 묘사하는 듯 보인다. 또한, 종이를 가득 매운, 수없이 많은 이미지들의 방대한 양은 인간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듯하지만,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해석이 가능하느냐의 상반되는 문제와 병치됨으로써 그 자체로 정보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는 명확한 정보란 확실한 부와 마찬가지로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며, 인간의 불평등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각각의 형태는 입체적인 것과 평면적인 것, 흐린 것과 선명한 것, 그린 것과 붙인 것,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들의 중첩과 배열로 화면 전체를 여백 공포증⁴ 을 가진 듯 가득 메워져 있는데, 최소한의 컬러를 사용한 흑백 그림으로 이 부분 역시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정보(이미지) 일 가능성이 높을 것인가에 대한 실험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단 하나의 세포가 분열을 통해 신체를 만들어 내듯, 세포의 모양과 행성의 모양의 유사성을 활용하여 아주 작은 것과 아주 큰 것의 차이를 무의미한 것으로 변주하여 표현하는 방법론 역시 이미지는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화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지점이다.

 [데이터 추상화] 시리즈는 전면을 여러 다양한 이미지로 채운다는 점에서 [오픈데이터 판데믹]과 비슷하지만, 훨씬 구체적이다. 2020년 초 Covid-19의 시작으로부터 쏟아진 수많은 질문과 의심과 정보들은 결과적으로 사실인 것과 허구인 것, 일부 날조된 것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드러나게 되었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전문 영역에 대한 질문들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에서 수집한 COVID-19, 사스, 메르스 등 인수 공통감염바이러스의 원인, 파장, 추이, 결과, 예측 등에 관련된 시각 데이터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조합하여 추상회화로 제작하였다. 수집된 각각의 데이터 이미지는 실제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었지만, 회화의 한 화면에 무의미한 관계로 박제되고, 작가를 통해 가공됨으로써 정확한 해석이 불가능해진다. 그들이 담긴 배경(화면)의 변화로 데이터 정보는 소각되고 정보를 담았던 껍데기는 작품의 요소로 남는 것이다. [오픈데이터 판데믹]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에 노출된 개인이 실제 의미 있는 것을 골라낸다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담긴 공간을 치환함으로써 달라지는 이미지의 효용성에 대한 실험적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작가가 이번 전시의 제목 <과거의 이름을 한 새로운 세계>에서 밝히듯 과거와 전혀 다른, 과거를 경유하지 않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이 변하더라도 그를 살아가는 주체는 같기 때문이다. 불안전함은 어떠한 외부 요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완전함으로 가기 위한 과정을 즐기는 인류에게 사라져서는 안 될 원동력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는 불명확한 것을 명확한 것으로, 해석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미지의 영역을 현실의 영역으로 가져올 힘을 지녔다는 것을 믿고, 흐릿한 것에 좌절하기보다는 모든 것의 기반이 될 선명한 것에 희망을 걸어 본다. 또한 반대로, 이번 전시에서 만나게 될 작가의 작품을 통해 선명해 보이는 것의 불합리함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흐려 보이는 것을 향한 호기심을 끌어내어 작품 속 미지의 세계와 상상 속 미래의 환경을 유영하는 탐험가가 되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¹ Sciance Fiction(공상과학소설)

² Post Apocalypse : 사이언스 픽션의 하위 장르로서 세계 종말을 테마로 하는 장르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현존하는 인류 문명이 붕괴하고 난 뒤를 다루는 세계관, 혹은 그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픽션을 통틀어 칭하는 말이다. – 나무위키, 「포스트 아포칼립스」, (https://namu.wiki, 2021. 9. 13)

³ Infodemic-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다. 정보전염병이라고도 부르며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악성 루머 등이 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전염병처럼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양상을 일컫는다. 대형 재난이나 경제 위기, 감염병 대유행 등의 위기 상황에서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나 미디어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가 쏟아질수록 잘못된 정보나 가짜뉴스가 포함될 가능성도 커진다. 결과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신뢰할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불안과 갈등이 증폭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두산백과, 「인포데믹」, (https://doopidea.co.kr, 2021. 9. 13).

⁴ Horror bacui [공간외포 空間畏佈] : 일체의 허무를 싫어하는 인간본성에 바탕을 두는 심리작용을 말한다. 인간이 자신 앞에 펼쳐진 공백에 대하여 품는 공포감을 가리키며
미술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의대로 할 수 있는 평면을 인물상이나 장식 모양 등을 가지고 빈틈없이 메우고 채우려는 노력이 생겨났다. 종종 장식의 기원에 대한 심리적인
설명에서 다루어진다. – 미술대사전(용어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편집부

 

 

 

 

 

 

 

 

 

 

 

 

데이터 추상화 16, 가변설치, 크롬 스탠드, 종이 위에 연필, 색연필, 락카, 사진 콜라주, 2020

 

 

 

 

 

 

 

 

 

 

 

 

 

 

 

 

 

 

 

 

 

 

 

(왼쪽부터) 데이터 성운 시리즈 (5/8), 14×22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0
데이터 성운 시리즈 (4/8), 14×19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0
데이터 성운 시리즈 (3/8), 25×24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콜라주, 2020

 

 

 

데이터 성운 시리즈 (2/8), 25×36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0

 

 

 

 

 

 

 

데이터 추상화 15, 97×97cm, 나무 판넬, 종이 위에 연필, 색연필, 사진 콜라주, 2020

 

 

 

 

 

 

 

 

 

 

 

 

 

 

 

데이터 추상화 2, 90×210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0

 

 

 

 

 

 

 

 

 

 

 

여러가지 조각들, 각각 18×22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펜, 사진 콜라주, 2020

 

 

 

여러가지 조각들, 각각 18×22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펜, 사진 콜라주, 2020

 

 

 

 

 

 

 

오픈데이터 판데믹 2, 150×300cm, 페트지 위에 연필, 아크릴, 락카, 사진 콜라주, 2021

 

 

 

오픈데이터 판데믹 1, 180×130cm, 페트지 위에 연필, 아크릴, 락카, 사진 콜라주, 2021

 

 

 

 

 

 

 

 

 

 

 

데이터 성운 시리즈 (1/8), 27×33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0

 

 

 

 

 

 

 

플랫 어스, 120×40cm, 철제 스탠드, 페트지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1

 

 

 

 

 

 

 

 

 

 

 

(왼쪽부터) 데이터 성운 시리즈 (8/8), 16×11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0
데이터 성운 시리즈 (7/8), 17×21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2020
데이터 성운 시리즈 (6/8), 20×30cm,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2020

 

 

 

 

 

 

 

 

 

 

 

사진제공  : 배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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