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개인전 ‘SWEET SIREN’
제 2회 ‘처음의 개인전’ 공모 선정작 │ 정수정 개인전
< SWEET SIREN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 2018.9.7 ~ 16
참여작가_정수정
기획_김성근
글_유지원 전영진
주최_레인보우큐브 갤러리
SWEET SIREN_정수정
Sweet Siren은 나의 일상 속 보이지 않는, 그렇지만 희미하게 느껴지는 에너지와 정기를 시각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회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존하는 특정 대상이 아닌 힘과 긴장의 형상으로서 회화 속 자연을 통제하고 사건을 일으키며 배회한다. 이들은 그리스 신화 속 님프와 같은 영적인 능력으로 이야기를 엉뚱하고 다채롭게 만든다. 난 이런 귀엽고 짓궂은 침입자들의 개입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낼지 고민했고 그들의 흔적을 물감과 붓질로 대신했다. 이들의 작은 손짓으로 희극적 상황이 비극이 될 수도 있는 긴장감 아래 나는 그들과 함께 불장난을 시작했다.
믿고 싶은 것과 믿을 수밖에 없는 것 사이의 세계_전영진
각각의 캔버스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 낸 세상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는 긴 서사의 단편들을 담은 이미지 들이다. 작가는 글자 없는 그림책의 페이지를 순서를 뒤섞어 캔버스의 형태로 걸어 놓았다. 관객은 본능적으로 이 그림책의 줄거리를 읽으려 퍼즐을 맞추듯 이미지의 순서를 고민할 것이다. 작가는 언뜻 보기에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들 속에 장면에 순서를 추측할만한 힌트를 남겨 놓았다. 관객은 반복된 교육으로 몸에 익은 흔한 서술구조에 따라 세포 혹은 우주로 보이는 이미지에서 탄생이라는 시작을, 꿈틀거리며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유의미한 생명체를, 그렇게 자라난 인간의 형태를 띤 생명체의 일과를, 그들이 모여 만들어 낸 미지의 세계를 차례로 느끼게 된다.
어떤 작가가 내놓은 것에도 정해진 답은 없지만, 관객은 정수정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각자의 결론에 스스로 이르러,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혹은 네버랜드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각자의 모든 세계에는 공통적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분법이 없다. 실제와 환상, 선과 악, 남과 여, 젊음과 늙음, 기쁨과 슬픔 등. 사실 작가가 관객에게 의도적으로 요구하는 유일한 바는 그 ‘구별 없음’에 있다.
보쉬 Hieronymus Bosch의 <쾌락의 정원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에 대한 답으로 그렸다는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 <Giving answers to Bosch, 2018>을 통해 관객은 그가 탄생시킨 세상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마음의 위안을 찾기 위해 논리와 과학으로 진실을 탐구하는 인간의 모습과 그와는 정반대에서 무형의 신을 만들어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오히려 진실과 멀어지는 인간이라는 양극단의 모습.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 신화 그림의 형태와 종교(혹은 이단)적 요소를 심어 대단한 과학적 발전에도 여전히 허상을 좇는 우리를 발견하도록 한다. 존재하지 않는 작가의 세상 역시 보쉬의 그림이 그러하듯 우리의 현실을 평평하고, 무덤덤하게 담고 있다. 이로써 작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못하는 인간의 양가감정과 이중성이라는 무형의 것, 보이지 않는 힘과 이끌림을 유형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없는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예술가의 지위는 사실 세상의 무엇도 지휘하지 못함에도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감정 혹은 생각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진다. 작가는 이러한 정제된 통제력을 그의 그림 속에 실제적이지 않은 형태의 이미지로 변형시켰다. 그의 생명체(드로잉)는 물감(색)을 먹고 자라난다. 미완성 혹은 드로잉으로 남겨진 부분은 관람자에게 바라보는 것만 가능한 그의 지위에 머무를 것을 강요하고, 예술이 가진 한계를 친절하게 설명하며,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들은 사실은 예술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믿고 싶은 것과 믿을 수밖에 없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우듯 말이다.
Giving answers to Bosch, 캔버스에 유화, 72.7 x 293cm의 5단화, 2018
DETAIL
Heaven’s door,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스프레이, 145.5 x 96cm, 2018
가을 산을 지키다,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120 x 80cm, 2018
Hands of the nature, 캔버스에 유화와 스프레이, 45 x 45cm, 2018
너에게 석양을 보내다,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스프레이, 53.0 x 45.5cm, 2018
(왼쪽부터) Nymph, 캔버스에 유화 스프레이 오일 파스텔, 33.5 x 24cm, 2018
티아치의 눈,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33.5 x 19cm, 2018
열매를 먹는 여자, 캔버스에 유화와 스프레이, 22.7 x 15.8cm, 2018
Pearly rules,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21.5 x 27.5cm, 2018
Nymph, 캔버스에 유화와 스프레이, 33.5 x 24cm, 2018
사티로스의 뿔,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스프레이, 40.5 x 30.5cm, 2018
상처 없을 사랑을 위해 기도해주는 자,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43.5 x 34cm, 2018
신선한 열매의 결실에 대한 담화,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스프레이, 73 x 91cm, 2018
동쪽 숲을 지키다, 캔버스에 유화와 스프레이, 72.5 x 90.5cm, 2018
동산에서 태어난 자, 캔버스에 유화, 90.5 x 72.5cm, 2018
붉은 석양과 함께 탄생한 자,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90.5 x 72.5cm, 2018
바다를 지키는 자가 너를 바라보다,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스프레이, 90.5 x 116cm, 2018
열매를 기리는 헬퍼,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스프레이, 41.5 x 32cm, 2018
산골짜기에서의 늦은 놀이, 캔버스에 연필 아크릴 스프레이, 65 x 53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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