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빈 개인전 ‘편안한 세상 속에서’

 

 

제 2회 ‘처음의 개인전’ 공모 선정작

권현빈 개인전 ‘편안한 세상 속에서’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   2018.5.4 ~ 13 

참여작가_권현빈
기획_김성근
글_전영진

 

아주 보편적인 지점_권현빈

현실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이미지, 소리, 냄새, 촉감 그리고 정의할 수 없는 다른 정보들이 동시다발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감각의 폭격에 짓눌리지 않는다.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느꼈지만 그 모든 것을 일일이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외계(外界)로부터 정보가 내부로, 몸 속으로 들어왔음은 분명하다. 자신의 신체가 경험한 것이 분명한 사실로 남아 있으면서도 의식적으로는 그 사실을 판단하지 않은 ‘사이에 위치한 공간’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무한할 것이다. 우리는 생존과 안정을 위하여 우선 처리할 감각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미뤄 두는데, 선택한 감각만을 해결하기에도 바쁜 나머지 미뤄둔 감각들을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릴 뿐이다. 이 내부세계는 차후에 어떤 결과물을 내든지 간에 모두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간일 것이다. 현실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지금 직면한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따라가고 싶은 현실은 앞서 서술한, 많고 바쁜 현실이다.

유사한 공간에서 유사하게 벌어지는 일은 차이가 작기 때문에 대조가 어렵다. 나는 이 차이를 벌리는 방법으로 삼차원 입체 공간(물질)을 이용한다. 중력이 있는 공간에서 체험/감각을 재현하는 일은 왜곡될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무엇이 맞고(그 느낌에 가깝고) 틀린 지(그 체험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를 확인하기에 쉽다.

왜곡의 정도를 줄이려는 방편으로 나는 작품 제작의 크기를 제한하였다. 인간에게는 신체의 한계에 따른 ‘보기 쉬운 시각 크기’와 ‘개인이 통제 가능한 크기의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상이 인간의 시야 크기보다 크다면 대상의 부분이 누락되고, 대상이 너무 작다면 확대하여 볼 도구가 필요하다. 확대하여 본 시각이미지는 만질 수 없다. 또한 감각이 온전히 개인의 것임을 고려할 때, 표현을 정밀하게 연습하기 위해서는 홀로 제작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듦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작업의 크기를 약 ‘얼굴 크기’에서 ‘서서 두 팔을 최대한 벌린 높이와 너비’ 사이로 제한하였다.

객관적인 형태가 없지만 그것의 존재에 대한 강한 추측이 있는 대상은, 바로 그 대상이 형태가 없고 모호하기 때문에 관찰자 자신이 대상을 어떻게 인지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진실여부를 떠나 우선 기초적인 수준에서 이들의 관찰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은 가장 보편적인 현상에 개인적인 감각경험이 첨부된 상상이며, 그에 따라 제작한 형상들은 가상 이미지 이다. 또한 결과물들의 개별 형태는 각각 구별되어 온전해 보이는 조각Sculpture이자 과정에서 빠져나와 드러난 조각Piece이기도 하다.

 

 

열린 공간에 갇힌 존재_전영진

어린 코끼리의 발에 족쇄를 채우면, 어른 코끼리가 되어 충분히 스스로 풀어낼 힘이 생겨도 스스로 탈출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중 자신을 족쇄를 풀지 않는 어른 코끼리라 인지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그러한 인지를 통해 우리가 판단해야 할 중요한 요점은 족쇄를 주체를 얽매는 구속으로 볼 것인지 주체에게 위안을 주는 유대의 매개체로 볼 것인지 일 것이다. 권현빈의 작업은 자유 안에서 스스로 갇힌 존재들을 통해 구속과 순응, 자유와 안정, 갇힘과 풀려남 등의 상반되는 언어를 눈 속에 머금게 한다. 전시장이라는 공간, 재료라는 한계를 통해 자연스레 작가에게 체화되는 미술작품이 지닌 제약은 인간의 시야라는 제약과 교집합 되어 특이한 구조물 혹은 사진 작품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구름 조각> 연작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을 다양한 형태의 덩어리로 표현한 것으로, 우연에 의한 부분과 의도에 의한 부분이 섞여 있는 기묘한 형태를 띠고 있다. 작가의 시야가 구름의 형태와 맞닿는 순간을 자연과 주체가 만나는 지점으로 상정할 수 있다면, 작가가 선택한 구름 조각의 형태 역시 그 찰나의 순간을 기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형태는 소재보다는 관념적 의미를 담은 것이지만, 사각형의 막혀있는 형태는 구름이라는 소재가 지닌 자유라는 속성을 시간과 인체의 제약으로 한계를 지닌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의도하여 만든 부분과 우연히 만들어진 부분이 섞여 있는 형태는 <관목>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으며 자연물을 인공적으로 만든다는 예술의 명제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것으로 느껴진다.

시각적으로 습득한 정보를 촉각을 이용해 만들어 관객에게 시각적 자극을 끌어내야 하는 예술가-예술-관객의 사이클은 반복적으로 주기를 돌며 주체-대상-타자의 차이를 줄이게 되며 어느 순간 주체의 전도를 느끼게 된다. 권현빈은 일찌감치 그 사이클 속에 자연이라는 대전제를 포함해 작품으로 압축하여 표현했다. 예술은 혹은 우리는 자연이라는 자유 혹은 큰 제약 속에서 각각의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순응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만져서 만들었기 때문에 만질 수 없는 예술작품의 한계를 전시라는 비물질적이며 동시에 물질적인 공간에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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