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배 개인전 《 3202 》
전보배 개인전
< 3202 >
2023.8.11 – 8.27
장소 : 레인보우큐브
글 : 배혜정
기획 : 김성근
주최 : 레인보우큐브
후원 : 서울문화재단
사진 : 양이언
사진제공 : 전보배
삶의 몇 가지 라이트모티프로 직조한 지금–여기_배혜정
전보배의 첫 전시 《마츠모토 준의 사마귀》(2019)는 고즈넉한 지역 미술관의 정원에서 열렸다. 신은지 작가의 (그림1)이 야외에 설치되었고 작가 신은지와의 일화 그리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박제 사자이야기 등에 관해 작가가 쓴 짧은 단편들을 담은 책자가 관객에게 제공되었다. 관객은 준비 된 테이블과 의자에서 색이 바랜(사실 바랜 것처럼 연출된) 이 얇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전보배는 이 신은지의 그림에 그려진 개가 처음에는 상어로 보였다고 한다. 이 오인의 사건 그리고 일본 예능에서 마츠모토 준이라는 아이돌이 만든, 누구도 알아볼 수 없었던 사마귀 조각이 전시의 라이트모티프가 되었다. 오인과 오해, 결국 우리의 이해는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는 자각이 일종의 메타적 시선으로 펼쳐졌다.
세마 창고에서 열린 개인전에서는 김범 작가의 2010년 작 아티스트 북 『눈치』가 전시의 모티프가 되었다. 눈치라는 개의 위탁을 독자에게 의뢰하는 이 책을 모티브로, 존재하지 않는 개와 함께하는 장소를 전시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전보배 작가는 다른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한 기존의 예술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유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작가가 이 전유의 방식 자체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전시공간 ‘오뉴월 이주헌’에서의 전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애정을 가졌던 공간과 그 공간을 둘러싼 사건은 공간을 탐구하고 그 곳에서 경험한 전시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작업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기보다 상황과 장소가 작가라는 체를 거쳐 변주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3년의 전보배는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의 지금을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 도시에는 애도해야할 이들이 있고 가상의 그녀가 있으며 무엇이 억울한지 신문기사와 잡동사니를 잔뜩 그러모으고 공유지를 점유한 나이든 여성도 등장한다. 굳이 비싼 3D 프린팅 공정을 거쳐 만들어낸 삼다수 병과 오랜 기간 공들여 깎아 낸 아이소핑크 대야도 있다. 고무줄을 가지런히도 끼운 비누거치대는 조각가로서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도록 해 준 고속터미널 청소아줌마의 한 줌의 센스에서 왔다. 앞서 누군가의 창작물을 전유하는 방식은 작가가 관계의 연쇄로 세계를 다르게 정의하는 것이었다. 반면 돈 들여 만든 삼다수 병에서, 아이소핑크 대야에서 보이는 가치의 역전은 전보배가 동시대를 사유해 제시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상식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는 보통의, 흔하고 저렴한 사물을 애써 돈(공) 들여 만들기.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제한적이고 이러한 모자란 이해는 오해를 만들며 그렇게 삶과 세계는 문제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때 내가 맺는 관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 삶의 요소들을 돌아보고 사유하며 때로는 거꾸로 생각해 보는 것, 전시의 제목, 좌우가 뒤집힌 거울상의 2023은 그러한 시선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지금-여기의 당신, 예술가 전보배가 제안하는 이 세계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과 시선에 잠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truded polystyrene, steel, edgeguard, 75×94×62cm, 3202
pigment print on paper, 88×63cm, 2022
silicone, danpla sheet, iron sheet, paper box, 61×93×29cm, 3202
graffiti on ceramic, 102×64×3cm, 3202
silicone, laser print on o.h.p film, hot melt, clear vinyl, wire, paper box, aluminium, 72×26×26cm, 3202
epoxy, rubber band, Song myungjin’s She Was Used To Be Remember-A Soap, ceramic, 2020, 9.8×13.7×2.3cm, 2022
transparent resin, danpla sheet, SamDaSoo, 98×39×37cm, 3202
pigment print on paper, phone case, ceramic, resin, eyeglass lens, iron sheet, 10×14×7cm, 3202
single channel video on styrofoam wall, 8min 30sec, 2019
dried soil, ceramic, resin, dimensions variable, 3202
oil based clay, linoleum, cermaic, 82×160×23, 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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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연출과 전시 결과물은 작가 또는 기획자가 함께 만든 전시 창작물입니다.